낭만의 제주에 살고 있어요./사는 것에 대하여

제주에서 두 달, 게스트하우스 스텝

낭만제주 2017. 7. 12. 01:15

제주에서 1일차 (2017년 7월 9일)


1. 

프리랜서인 나는 정해진 기상시간이 없다. 

하루에서 오전이 없는 날 들을 보내다가 1년 만에 7시 30분, 아침이 시작되었다. 

제주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바람이 불었고 파도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오늘이 특별히 날씨가 좋다고 한다. 

다른 스텝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조식을 준비했다. 

역시 음식이 들어가니 잠이 깬다. 얼마만에 먹는 아침인지,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니 첫 날부터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2. 

칫솔을 두고 왔다. 

근처에 편의점도, 작은 구멍가게도 없는 이 곳에서 칫솔을 사기 위해 버스를 타야되나 생각하니 역시 서울은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20분 거리의 편의점을 걸어가려 도전했다가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제주스러운 풍경들이 너무 좋아서 약간 돌아왔다. 

나는 여름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제주에 두 달을 살게 되더라도 외출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첫째 날 아침부터 외출을 하였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얻었다. 

더위보다 제주인가 보다. 

고작 칫솔 덕분에. 


3.

새로운 게스트가 저녁에 도착했다. 

젊은 시절에 여행을 좋아하였고 결혼 후 가정에 충실 하다가 20년만에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고 했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것에 가족들에게 미안하여 프로모션 항공권을 얻기위해 대기하여 광클릭으로 9900원짜리 항공권 특템에 성공하고 

걷는 것을 싫어하고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정을 빡빡하게 세우지만 그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얘기하는 내내 들 뜬 목소리와 표정으로 기쁨을 표현하였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엄마와 비슷한 연령대에 외모까지 비슷하여 엄마와 동일시하게 되어 마음이 괜히 이상해졌다. 

본연의 자기 모습을 포기하고 사는 것이 엄마 세대의 삶이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