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제주에 살고 있어요./사는 것에 대하여

게스트하우스 스텝 후기

낭만제주 2020. 8. 15. 18:09

 

 

 

2년 전 제주 스텝 첫째날을 보내고 포스팅을 했었다.(블로그도 제주살이를 위해 만들어서 주소가 jeju로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두 달 계획 중 반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곳 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글 쓰기 전 ,  현재 그 사장님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므로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악의적인 목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나는 스텝 시작하기 전 해 여름, 제주 여행을 하며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 해 보았다. 제주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선 친절한 사장님과 친절한 스텝이 나를 맞이했다. 난 그곳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고 계획에도 없던 연박을 하며 밖으로 나가지도 않은 채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이 끝난 후 스텝과 서울에서 만나 식사도 함께 했고, 사장님과 인스타그램으로 간간히 소식을 전하며 지냈다. 전문직 프리랜서인 나는 제주여행 후 일 년이 지났을 쯤, 권태기가 왔다. 그 곳에서의 제주 생활이 그리워졌고 스탭을 하며 두 달의 제주살이를 해 보기로 결심하여 사장님께 연락해보았다. 대학생들이 주로 한다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이라지만, 그곳이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사장님은 내가 원하면 언제든 괜찮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하던 프리랜서 일을 모두 중단하고 제주로 떠나게 되었다.

OO 게스트하우스의 장점:
1. 파티가 없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
2.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목 스타일의 인테리어
3. 바다 뷰
4. 책과 음악이 있는 곳
5. 친절한 사장님

 

 

 

>>>본격적인 후기!! 긍정적/부정적으로 나누어 작성하겠다. 

 

나의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 긍정적인

첫째날. 사장님이 개인사정으로 본가로 가게 되어서 3일 동안 기존 스텝인 동생과 둘이서 생활을 하였다. 제주 중에서도 시골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라 차 없이는 멀리 이동하기 어려웠다. 편의점도 왕복 30분이 걸린다. 스텝과 둘이서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3일 동안 손님도 적었고 스텝과 성격도 잘 맞았으며 평화롭고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일과는 

- 아침 7시 반 기상: 음악을 틀고 게스트들을 위한 조식을 준비한다. 빵, 베이컨, 소세지 굽기. 과일 자르고 커피 내리기. (선택사항: 게스트 응대-이야기를 나누거나 보드게임하기)
- 11시, 퇴실시간: 청소기를 돌리기, 이불과 배게 커버를 세탁, 그리고 빨래 개면 할 일은 끝! 아, 몇 일에 한 번씩 밀대로 바닥도 닦는다.
- 오후 4시: 입실 시간에 게스트를 맞이하고 간단한 설명을 한다. 
- 이후 자유시간
- 저녁 시간: 게스트 응대(이야기, 보드게임, 더불어 영화를 보기도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물론 선택사항) 밤 12시가 되면 소등하고 취침. 파티없는 게스트하우스기 때문에 어려운 건 없다. 

*** 유명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라서 게스트들은 하루에 1~3명 정도였고 일은 쉬운 편에 속했다.

 

 

나의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 부정적인

3일이 지나고 사장님이 돌아오자, 문제들이 발생했다. 

 

<불편했던 점>
1. 조용한 휴식공간인 다이닝 룸에서 음악과 TV, 휴대폰 영상을 동시에 크게 틀어놓아 소음천국 만들기. 사장님은 개인 사정에 의하여 혼동의 시기였겠으나, 스텝의 입장으로서 참으로 난감하였다. 
2. 숙식 제공이라고 했지만 밥 제공은 책임지지 않음. 삼시세끼 중 한끼 혹은 두끼만 제공되었고 매번 같은 음식(김치볶음밥)이었다 ...지겨워진 김치볶음밥에 만들어먹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왈 "당연 괜찮다! 내가 스텝들 음식 갖다 바치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재료도 좀 채워 넣어주면 좋겠다" ...이게 무슨 숙식제공이란 말인가?
3. 알고보니 여자 좋아하는 사장님. 예전 천사같던 성격도 알고보니 여자 게스트에게만 한정된 것. 남자 게스트들만 있었던 날 사장님은 유난히 불친절했고, 게스트는 커피를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제공하면서 "커피든 맥두든 돈 내셔야 합니다" 하며 눈치주기 시전^^

 

그래 뭐. 이런 불편한 점은 전부 그럴수도 있다고쳐도 가장 불편하게 만들었던 점은 바로 사장님의 "로리타" 성향이었다.
사장님이 돌아온 뒤 스텝동생과 셋이서 맥주를 마시던 중 본인 휴대폰에 개인소장 중인 로리타 사진들을 나와 스탭동생 앞에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민망;;;;) 이런 것은 취향일 뿐이다며 존중해주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특히 어린 스텝동생에게 추태까지 부렸는데 "oo이는 처음 여기왔을 때 (피부가)얼마나 새하얬는데.. 니가 와서 내가 힐링이 되었다" "oo아 난 니가 웃으면 얘가 날 좋아하나 생각하게 되는데, 니 성격을 알아서 아니란 건 알아는거지 다른 남자들한테(남자손님)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야. 오해하니까" (사장 40대, 스텝동생 갓 20대가 된..)

 

그리고 또 띠용!한 사건. 스텝 동생이 떠나기 전 말해주기를, 2주가량 연박한 20대 초중반의 게스트가 있었는데 매일 차 태워서 데리고 나가 제주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조만간 그 게스트는 살고있는 원룸을 정리하고 여기로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며칠 뒤 정말 그 게스트가 스텝으로 올라온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 부분에 관한 이야기 중에 사장님은 "너도 연애하잖아. 나는 연애하면 안돼냐?" (?????)라며 갑작스런 울분을 토하셨다ㅎ;.ㅎ;. 

아니;;; 로리타 성향만으로도 불편한데, 본인의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어린 게스트를 스텝으로 들인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황당하기가 짝이 없었다. 억지같은 이야기들을 3시간 정도 듣고,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그만두기로 마무리 지었다. (어차피 스텝은 1명으로 충분한 곳이기에..)

다음 날 마지막 게스트들의 배웅을 마치고 그곳에서 나와, 여러 숙소들을 거치며 나머지 제주생활을 보낸 뒤 서울로 올라왔다. 

 

마무리 글

그분의 로리타 성향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였을 수 도 있겠지만, 게스트하우스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신원이 보장되지 않은 사장도  매니저도 있을 가능성을 명심하자. 작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처럼. (극적인 예시이지만)

처음 내가 스텝을 하기로 결정 했을 때 사장님의 "자유롭게 일하면 된다"라는 말은 무급이니까 당연히 마음에 드는 곳에서 장기숙박하며 여러 사람과 만나며 사장의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돕는 것 일거라 여겼는데.. "아무리 무급이어도 나는 사장이고 너는 직원이야 그러므로 내가 왕"

 

이런 일들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제주살이를 통한 힐링이 목적이라면 게스트하우스 스텝보다는 한달 단기임대를 권장하고 싶다. 함께 할 친구들 구하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스텝을 꼭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스텝동생으로부터 알게 된) 몇 가지 정보가 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지원할 때 알면 좋은 tip!

구인 글은 스텝을 구하는 카페에 올라오는데,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함. 

1. 유급: 일정의 돈을 받으며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서빙 알바 개념으로 일함. (호프집 알바와 비슷한 강도)

2. 무급1: 일주일 중 1~2일만 일하고 나머지 자유시간.

3. 무급2: 내가 있었던 곳과 같이 일주일 중 자유시간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음.

이 중에서 2번이 숙박비를 들이지 않고 제주살이를 경험해보기에 가장 최적화라고 함.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 후기 글 끝!